[중앙칼럼] 정부 정책 실종, 멀어지는 내집 마련 꿈
#. 연봉 8만 달러인 김모씨는 LA에서의 내집 마련을 결심하고 6년 전부터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모으는 중이다. 연간 목표 저축액은 2만 달러. 2017년부터 세후 소득에서 2만 달러를 예금하려고 정말 숨만 쉬고 일만 했다는 게 그가 전하는 말이다. 그 덕에 다운페이먼트용 은행 계좌에 12만 달러가 있지만, LA에서 내집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 아들 둘을 둔 한인 부부의 가구 소득은 연 17만 달러. 아이들 때문에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 지역의 2베드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최근 렌트비가 무섭게 올라 결국 부모님 찬스를 사용해 주택 구매에 나섰다. 지난 4개월 동안 집을 알아봤지만, 가격이 맞다 싶으면 학군이 그렇고 학군이 좋으면 집값이 100만 달러는 훌쩍 넘었다. 부부는 주택 구매 후 유지 비용을 고려하니 세입자 생활이나 빡빡한 삶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주택 구매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LA지역을 포함해 가주에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작년 가주의 중간 주택 가격은 82만2320달러였다. 다운페이먼트를 20%만 한다고 해도 16만4000달러가 넘는다. 중간 가격대 집을 사려면 연소득이 20만 달러는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업체 레드핀이 지난해 LA 주택 중간 가격인 82만3500달러의 집을 매입할 수 있는 연소득을 산출한 결과 최소 22만1592달러는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가격이 94만5000달러인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의 경우엔 최소 25만4286달러의 소득이 필요했다. 김씨는 5년 더 모아야 겨우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애너하임의 한인 부부가 부모님 찬스를 쓴다 하더라도 필요 소득에서 8만 달러가 모자란다.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겨우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재산세와 월페이먼트 등을 내고 나면 하우스 푸어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내집 장만의 꿈이 멀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2년 이상 지속한 인플레이션 탓에 실질 소득은 되레 줄었다. 뛰는 물가를 잡겠다고 나선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에 모기지 이자율은 7%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3%대였음을 고려하면 이자 부담이 2배 이상 커진 셈이다. 소득은 줄었는데 이자 부담은 늘었다. 더욱이 모기지 이자 차이 때문에 셀러들이 집을 내놓지 않는다.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한 이유 중 하나다. 공급이 부족하니 집값은 오르고 바이어의 주택 구입 여력은 최악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냉기가 가시지 않는다. 내집 장만 여건은 악화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민 주택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는데 LA시 정부와 가주 정부의 서민주택 증대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막대한 예산을 홈리스 대책에 투입하고 있다. LA시는 내년 예산의 10%인 13억 달러를 홈리스 복지에 배정했다. 가주 주지사는 메디캘 예산을 홈리스 아파트 렌트비 보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홈리스에 대한 지원책은 많은데 납세자인 저소득, 중간소득층에 대한 주택 매입 보조 정책은 뚜렷한 게 없다. 그렇다고 홈리스 정책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가주와 로컬 정부의 정책이 너무 홈리스 문제에 편중돼 있어 보이는 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듯싶다. 극명한 예를 들어보자. 가주 정부는 2018~2021년 사이 홈리스 주택 지원에 100억 달러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 반면 최근 시행 1주일 만에 조기 예산 소진으로 프로그램이 중단된 드림포올의 예산은 3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드림포올은 첫 주택구매자에게 최대 20%의 다운페이먼트를 보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드림포올의 조기 중단은 내집 마련을 이루려는 수많은 가주민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하겠다.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칼럼 정부 정책 다운페이먼트용 은행 다운페이먼트 자금 주택 구매